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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도 아이슬란드를

인구 33만 1918명. 내가 거주하는 곳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규모의 나라가 있다. 유럽에 속하나 외따로 떨어진 데다 북쪽으로 치우친 위치 탓에 많은 이들이 변방으로 여기는... 그 나라의 이름은 아이슬란드다. 딱히 알려 들지 않았고 특별히 주목할 만한 것도 없던 이 나라가 처음 나의 마음에 들어온 건 몇 해 전 화산 폭발 사건이 있고서였다. 대기를 뿌옇게 뒤덮은 화산재로 다수의 비행기가 이,착륙을 못 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난 아이슬란드를 꿈꿨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나머지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을 곳으로의 도피를 꿈꾸던 찰나였다. 하지만 꾸준한 관심을 갖기에는 너무도 먼 곳이어서 이후 난 아이슬란드를 잊고 지냈다. 얼마 전 아이슬란드는 다른 이유에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를 꺾고 유로 2016에서 8강 기적을 달성한 것이다. 이 나라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만 같은데 싶어 정보를 검색하던 것이 독서로까지 이어졌다.많은 여행 서적을 접할 때마다 부러움이 인다. 태초에 부유한 부모가 계셔서 별 부담없이 해외를 오갈 수 있는 사람들도 물론 존재하겠지만, 시중에서 책의 형태로 만나볼 수 있는 많은 여행자들의 경우 그렇지가 못했다. 일명 내려놓기 를 실천한 그들이 한없이 부러웠지만 실천은 불가능했다. 나에겐 핑곗거리가 너무도 많았다. 우유부단한 성격도 더해졌으니, 누군가가 대신 내 인생을 살아주었으면 싶은 생각조차 들고는 했다.저자는 10년차에 접어든 직장생활에 슬슬 회의감을 느꼈다. 일은 하면할수록 늘었고, 아무리 일을 해도 부유해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번아웃(burnout)이라는 것을 향해 걷고 있는 듯한 느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아등바등 현실에 적응하려 애쓰기 바쁜데 그녀는 달랐다.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을 포기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비정규직이 불안한 이유가 미래를 꿈꿀 수 없기 때문 아니었던가! 근데 그녀는 수입을 포기함으로써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아이슬란드는 그녀에게 26번째 여행지라고 했다. 느림을 지향하는 그녀의 여행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왠지 일상과 여행 사이에 중첩 공간을 만들고 있을 듯해 보였다.모든 게 낯설었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를 벗어날 길 없는 나에게 아이슬란드의 눈 덮인 광경은 신기할 따름이었다. 바위처럼 보이는 게 빙하라니, 직접 눈으로 보아도 믿기지가 않을 듯했다. 한 편으로는 스산하기도 했다. 상상해보시라. 사람보다 빙하가 더 많은 드넓은 공간을.무엇보다도 아이슬란드에 이국적인 색채를 부여한 건 그곳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언어였다. 이보다 더 어려운 언어가 있을까. 광장의 이름은 오아스튀르뵐뤼르 , 거리 명칭은 스콜라뵈르뒤스티귀르 , 작은 마을의 이름은 키르큐바이얄클뢰이스튀르 라니. 이 즈음 되면 길을 물을 수도, 상대의 답변을 알아들을 수도 없을 듯했다. 그리하여 난 다짐했다. 이 나라는 필히 여행사를 따라가리라.아이슬란드는 대자연이 살아 있는 나라였다. 우리처럼 높은 인구 밀도를 기록하지 않아서인지, 그들은 자연을 소유할 줄 모르는 듯했다. 조금 형태는 다를지라도 그들 또한 자본주의 체제를 택했을 진데, 홍보라곤 도통 할 줄 모르는 듯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이슬란드를 향한 나의 동경은 더욱 짙어졌다. 물질에 얽매이지 않는 삶이야말로 진정 풍요로운 삶인데, 안타깝게도 우린 그리 살지 못하고 있기에.책 제목 <당신에게도 아이슬란드를>. 꼭 아이슬란드가 아니어도 좋다.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는 장소를 나에게 선사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숱하게 들어왔지만, 철이 덜 든 나에겐 왠지 마음 단련보다 일상 탈출이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미정의 아이슬란드 여행 에세이. 저자는 어느 날 아이슬란드 여행을 결심한다. 가끔씩 뉴스에서나 들어본 적이 있는 낯선 나라, 아이슬란드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본 아이슬란드 여행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거대한 물기둥을 만들며 솟구치는 간헐천, 부글부글 스튜처럼 끓고 있는 땅, 화산이 만들어 낸 라바 필드, 해안가에 떠밀려 온 투명한 빙하 조각들, 한밤의 오로라 같이 온갖 신비하고 낯선 풍경을 감상하며 9년 전 아이슬란드를 여행했던 저자의 남편은 아이슬란드는 지구 같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때 바라본 아파트 밖의 풍경은 네모반듯한 건물에 일정한 간격으로 불이 켜진 수많은 집이었다. 그 순간 무엇이 더 지구다운 걸까? 를 생각했고, TV 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풍경을 경험하고 싶었다. 우리가 사는 지구, 인간이 땅을 뒤집고 바다를 메우기 이전의 세상,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저자는 아이슬란드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삶을 떠올릴 때면 마치 그것이 환영처럼 느껴졌다고 말한다. 여행을 하는 동안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었다. 한밤에도 지지 않는 5월의 태양은 신비로웠고, 길 위의 풍경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것은 대부분 텅 빈 풍경 속을 달리는 것의 연속이었다. 척박하고 웅장한 자연은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프롤로그 | 016
01 설국 | 029 아이슬란드, 설국에 도착하다
02 백야 | 037 깊고 환한 밤, 백야 속을 걸었다
03 산책 | 045 낯선 교회에서 도시의 전경을 바라보다
04 색 | 057 레이캬비크는 다채로운 색으로 일렁거린다
05 음악감상실 | 069 은밀한 음악감상실에서 로드트립을 준비하다
06 언어| 075 아이슬란드어를 읽지 못한다는 것은
07 음식 | 084 레이캬비크는 상상 이상으로 맛있다
08 골든 서클 | 095 드디어 로드 트립이 시작되다
09 트롤의 장난 | 113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굴포스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10 한밤의 자쿠지 | 123 상쾌한 추위와 나른한 온기를 즐기다
11 모험 | 131 모험을 지체할 수 없다
12 나이 | 141 나잇값을 하지 않고 살겠다고 선언하다
13 무지개 | 149 나는 무지개 위를 걷고 있다
14 경로이탈 |159 늘 빙하가 궁금했다
15 검은 해변 | 167 여행도 싸움도 체력이 필요하다
16 인터스텔라 | 173 우리는 모두 우주탐험가가 된다
17 빙하 | 181분명 나는 요쿨살론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18 랍스터 | 197 왜 항상 남편이 주문하는 음식이 더 맛있을까?
19 말 | 201 말은 트렉을 벗어나서 달릴 때 가장 멋지다
20 대구와 프랑스 어부 | 207 프랑스의 여부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21 월터미티 | 213 그의 흔적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계절이다
22 지도 | 221 지도에는 그 빙하가 없던 시절이 있다
23 데티포스 | 229 잃어버린 결혼반지를 찾다
24 눈과 불 | 237 유황 가스가 자욱한 부글대는 땅 위를 걷다
25 적막 | 247 도시가 싫다고 하더니 이제는 사람의 흔적이 좋다고 말한다
26 신들의 폭포 | 253 사람들은 고다포스에 오딘을 빠뜨렸다
27 산장 | 257 샴페인을 터뜨리다
28 고독 | 267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하게 고독한
29 노천온천 | 273 피요르드를 마주하고 있는 노천온천에 잠시 머물다
30 불시착 | 281 스네펠스네스 반도에 불시착하다
31 블루라군 | 293 푸른 우윳빛 온천에서 완벽한 엔딩
에필로그 | 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