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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에게 친절하세요

그림과 제목만 보고는 이 책이 과연 어떤 책일지에 대하여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다소 우리와는 다른 느낌의 그림을 통하여 우리 정서와는 다소 다름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이 책은 자폐에 대한 책이다. 우리에게 자폐는 일종의 정신병으로 치부하고 우리와 다르고 차별을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책의 외관상에서 느꼈던 인상이 책의 내용과도 다소 부합됨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에 대한 기준이 분명한 듯하다. 그러나 이세상에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이 있고 누구하나 똑같은 사람이 없으며 일란성 쌍둥이라 할 지라도 그 성격이나 여러 부분에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일률적인 것에 대한 기준을 버리고 남을 이해하고 남과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세상을 바꿔 가는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 이야기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바꿔서 생각해 보자.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그렇다면 소와 돼지 같은 농장 동물들의 생명도 소중한가? 먹기 위해 동물들을 기르고 죽이는 우리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가치를 어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템플 그랜딘은 소와 돼지들이 머무는 축사와 도축장의 구조를 바꾼다. 이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해하지 않도록 시설을 바꾸는 것이다. 템플은 이 시설을 만들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소에게 친절하세요. 아무리 좋은 시설이 있다 해도 운영자들이 동물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거다. 템플은 동물을 죽이는 도축 시설을 만들지만, 소에게 친절한 시설이 늘어난다는 것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는 동물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템플이 그동안 바꿔온 친절한 도축 시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은 북미 지역 도축장의 3분의 1에 이르며, 계속 늘고 있다.

템플 그랜딘의 과학적 능력이 처음 발휘된 것은 앤 고모네 목장에서였다. 차에서 내려 문을 여닫아야 하는 불편한 문을 고쳐서 차에 탄 채로 문을 열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렇게 템플은 불편함을 보면 해결한다. 템플이 남다른 점은 이때 해결하는 불편함이 나의 불편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템플이 하는 일을 보자. 템플은 동물들이 불편해하는 점을 개선하고 해결하는 일을 한다. 소가 구슬피 울고 고집을 피우는 것을 보면 누구든 소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소가 왜 불편한지 알아보려고 한다든지, 불편함을 덜어 주려 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템플은 소의 눈으로 불편함을 알아보고, 생명을 가진 소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소의 편안한 삶과 죽음을 위해 애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