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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逆鱗)
임금의 노여움을 이르는 말. 용의 턱 아래에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면 용이 크게 노하여 건드린
사람을 죽인다고 한다.
사람들 중 누구는 사극은 좋지만 왕왕왕은 이제 지겹다고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왕이라는 단골소재를 다양한 관점으로 그려낼 수만 있다면 참신함이 될 것이요, 그래서 <역린>은 기대된다고도 한다. 멜로킹이라고 불리는 현빈이 사극에서 정조 역을 맡았다고 했을 때 또 정조냐? 정말 식상하다는 반응과 과연 현빈이 사극에 잘 어울리기나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 염려도 같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스크린셀러의 형식인 이 책 <역린1>은 영화의 성격과 향방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며, 전 권이 동시 출간되지 않고 정조 즉위 이전의 과거사를 다룬 이 책만 우선 나온 이유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바람잡이 역할을 맡기기 위함이며 본격적으로 흥행가도를 달리기 시작할 때 영상과 도서라는 상반된 콘덴츠로 시너지효과를 노리기 위함이라고 판단된다.
이 책에서 서두를 여는 온궁행차와 관서미행은 물론이고 임오화변까지 실제 역사적 사건 등은 교과서적으로는 알고 있는 사실이고 많은 드라마, 소설, 영화 등에서도 익히 다루었던 내용들이라 새삼 새로울 것은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개인적으로 픽션이 가미된 이야기로는 거의 접해보지 않았다. 사도세자와 정조의 일생은 그러하다는 단편적 지식에만 머물러 왔으니까. 그래서 알고 봐도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사실 임오화변은 총명했던 사도세자 이선이 대리청정에 들어가면서 기행과 방탕을 일삼자 영조의 노여움을 사서 뒤주 속에 갇혀있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당시 정권의 실세였던 노론의 음모로 부자지간을 이간질 시켜 이선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은 것으로 추측된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보다 배후에 가려진 진실을 추적해서 모두가 공정한 게임을 꿈꾸었던 탕평책이라는 이상이 기득권층의 발악으로 허무하게 사그러진 불씨가 되었을 뿐이다. 이상은 높되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악조건을 딛고 아버지의 못 다한 꿈을 이루고자 하는 아들 정조 이산의 행보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2권과 3권이 기대된다. 정조도 인간이기에 마음속에는 복수라는 사적욕망이 들어있을지, 아니면 대의를 위해 소탐대실을 피하면서 큰 그림을 그리게 될지는 다음 권에서 분명 확인하고픈 사항이다. 하지만 제목이 의미하는 방에서 대충 예상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번 책에서 가장 관심 깊게 지켜 본 대목은 이선과 혜경궁 홍씨의 부부관계이다. 흔히 부부 싸움은 물로 칼베기라고도 하지만 님 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는 요지경이 부부관계라고도 한다. 유교주의가 만연한 조선시대에 여성의 삼종지도는 시집가서는 남편에게 순종하고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따르는 도리로 정의되어 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현재는 구시대적인 이론으로 치부되겠지만 당시에는 당연히 종교이자 생활규범 같은 역할이었을 테니 남편 이선의 정치적 이상에 동조하지 않고 아들의 앞날을, 더 나아가 천정의 흥망성쇠를 우선시한 혜경궁 홍씨의 선택과 결단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단순히 자기주장이 강하다 를 넘어선 어떤 아우라가 전해지는데 남편을 고발하는 아내와 정적들 간의 정치적 야합에 전율이 일 정도로 소름끼쳐서 숨죽이며 읽어야만 했다. 거의 1권의 하이라이트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아내의 동조만 얻었어도 이선의 미래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역시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면 큰 일을 도모할 수 없고, 정치인과 관료는 엄밀히 다르다는 점이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를 두고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의 행보에서도 확신하게 될 것이다.
황율과 개울의 안타까운 사랑도 가슴 아프다. 부디 저 세상에서 부부의 연을 제대로 맺기를.
그런데 김용의 의천도룡기와 배틀로얄에 비유한 뭇 이웃분들의 말씀에 지금보다 더 기대와 설레임으로 책을 읽었는데 사람마다 관점의 차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란하면서 파괴적인 무공초식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서바이벌 게임을 벌여 동료를 직접 죽이고 승자로 살아남는다는 구조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정도로 전개되었다면 나는 입에 거품을 물고 이 책에 만점을 주었을 게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이야기만으로도 잼 나서 개의치 않을만하다. 오히려 영화가 원작에 훨씬 못 미칠 것 같다는 불안함이 있지만 그래도 개봉하면 보러가고 싶다.
아울러 요즘 최고의 드라마 <정도전>에서 권문세가를 무너뜨리고 신진사대부를 발판삼아 새로운 세상으로의 개혁을 꿈꾸는 이상가 정도전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배우 조재현이 이번 영화에서는 그 반대로 시대를 역행하는 수구세력의 졸개 역을 맡고 있어 상반된 배역에서 아이러니의 참맛을 보게 될 것이다. 영화적 완성도와 관계없이 그 점만을 파고 들어가서 기대하마. 물 오른 연기의 절정을....
18세기 영.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궁중의 암투와 모략을 정치 스릴러로 쓴 소설 . 영화 [역린]의 각본을 쓴 최성현 작가가 오랜 구상을 통해 집필하였으며, 묵직한 필체와 탄탄한 구성으로 영상을 뛰어넘는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이번 작품은 정유역변(정조 암살 시도)이 일어나기까지의 역사적 배경이 되는 궁궐 내 정치 상황과 주요 사건을 상세히 기술하는 한편, 알려지지 않은 사건의 내막을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하여 역사의 이면을 모르던 독자들에게 새로운 흥미 요소로 작용한다.
1762년, 조선을 뒤흔든 왕실 최대의 비극 임오화변이 있기 2년 전, 장헌세자(훗날 사도세자)가 온천 행궁 중 장마로 인해 한강을 건널 수 없었던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세자를 직접 보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든 백성들에게서 교룡(때를 못 만나 뜻을 이루지 못한 영웅)의 모습을 본 세자 이선은 궁으로 돌아온 후, 만백성을 위한 진정한 군왕이 되려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진정한 탕평, 즉 모든 권력을 휘어잡던 노론과 정면으로 맞서야 했다. 그러나 노론에 의해 왕이 된 아비 영조는 물론이고, 아내인 혜경궁 홍씨와 장인 홍봉한, 정순왕후와 친모조차 노론인 상황에서, 그는 소론의 마지막 남은 영수 조재호를 만난 후 자신을 지원할 정예군을 만들기 위해 관서 미행에 나선다
1. 이선 7
2. 황율 31
3. 광백 60
4. 이금 79
5. 안국래 101
6. 갑수 116
7. 개울 136
8. 세자빈 홍씨 154
9. 이선 178
10. 홍봉한 220
11. 황율 230
12. 개울 262
13. 홍봉한 266
14. 나경언 277
15. 이산 289
16. 을수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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