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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것을 좋아한다. 가슴 깊이 충만한 느낌이 들 때가 언제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가파르지 않고 나무가 높게 자란 숲속 길을 혼자 걸을 때가 그랬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걷다 보면 눈이 맑아지고 귀가 열리고 마침내 온몸이 열리는 기분이 든다. 흙냄새가 풀잎 향기가 그리고 나무의 기상이 내게 들어온다. 나비와 새라도 있으면, 그리고 다람쥐나 고라니 같은 순한 눈을 가진 짐승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머리 아프게 속 썩이는 일도 어느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그런데 두 다리 멀쩡하면 언제라도 누릴 수 있는 걷기의 충만함을 왜 자주 누리지 못하는지. 여기 걷기가 일상인 사람이 있다. 선생은 삶의 현장인 도시부터 걷는다.
몽골로 가면서 차를 없앴다. 집으로 돌아온 다음 날부터 이 좋은 곳의 모든 것을 즐기며 걷기 시작했다. 날씨든 주변의 경치든 걷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처음 얼마 동안은 걷는 것이 힘들고 다리도 아팠다. 다리 아픈 것은 석 달이 지나니 괜찮아졌다. 몸도 정말 가벼워졌다. 내가 사는 곳에서 도시의 끝까지 걸어 보았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 시내의 웬만한 곳은 다 걸을 수 있는 거리다. 이젠 이 도시의 길이 있는 곳은 모두 찾아서 걷는 것이 하나의 재미가 되었다. ‘오늘은 이 길을 걸어볼까?’ 하고 걷다 보면 차를 타고 스쳐 지나기만 했던 곳을 자세히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마음이 복잡하고 무엇인가 결정해야 할 때 길을 나서면 복잡한 마음도 추슬러지고 결정해애 할 일도 정해지곤 한다. 걷기 명상이 따로 있나, 이렇게 걸으며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분명하게 알고 있다면 그게 명상이지. (78쪽)
선생은 약속이 있으면 한 시간 전에 출발한다. 가방을 둘러메고, 걷기 편한 신발을 신고, 햇볕이 따가우니 모자도 쓴다. 그러고는 길을 걸으며 길가의 풀섶에 내려앉은 이슬이며 아파트 사이사이 공터마다 부지런한 어른들이 가꾸어 놓은 밭에서 익어가는 곡물을 바라본다. 길을 걸으며 다리를 튼튼하게 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이웃의 삶을 살펴본다.선생의 길은 생활의 터전을 벗어나 국토로 나아간다. 아직도 통일이 되지 않고 휴전 상태가 지속되는 조국의 현실을 온몸으로 겪기 위해 155마을 휴전선을 가로지른다. 죽을 듯이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끝내 17일간의 순례를 자식들과 함께 포기하지 않고 걷는다. 동서를 가로질렀으니 남북을 횡단하는 걷기가 빠질 수 없다. 땅끝 마을 해남에서부터 시작한 선생의 걷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우리가 통일이 되어 통일조국이 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아니, 통일이 된 뒤에는 멀리 대륙으로까지 나아가리라 기대해 본다.
히말라야를 걷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걷기다. 일상생활에서, 그리고 국토를 가로지르거나 횡단하는 것은 지금 여기와 관계가 깊다. 나와 이웃을 살펴보는 길이다. 그렇지만 히말라야는 다르다. 여기보다는 저기랑 상관한다. 가슴 깊은 곳 시원에 자리 잡은 산, 처절한 고통 뒤에 만나는 꿈과 희망의 장소, 언젠가는 꼭 다다르고 싶은 마음의 자리다. 그 모든 곳의 상징이다. 그렇다 보니 현실에서 걸리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것을 하나하나 극복해야 떠날 수 있는데 도대체 쉽지 않다. 히말라야가 너무 멀리 있다. 그러나 선생은 간다. 마침내 가고야 만다. 푼힐 전망대에서 눈산들이 하얗게 빛을 발하다 붉은 빛으로 변하는 장엄한 광경을 보고, 히말라야를 가고 싶을 때마다 떠올리던 촘농의 풍경에 안기며, 안나푸르나 4,130미터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나아가 안나푸르나를 오른 뒤 조난을 당해 눈 속에 묻혀 있는 이를 추모한다. 미사를 드리고 난 뒤 참석자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눈다. 히말라야에서조차 선생은 나와 이웃의 현실에 굳건히 발 딛고 서 있는 것이다.
‘인생 여행자’ 김순용의
땀내 나는 길 이야기, 사람 이야기
티벳의 구도자들은 늘 걷는다. 온 영혼을 바쳐, 멀고도 험한 구도의 길을 쉬지 않고 걷는다. 손에 쥔 것은 하나도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맑은 영혼으로 누구보다 행복하다. 그렇게 혼자 걷는 길이 마침내 자신을 구원하고 온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 믿는다.
사람을 위한 길 은 마치 티벳의 구도자처럼 삶의 의미를 찾아 늘 뚜벅뚜벅 걸어온 김순용의 삶의 기록이자 여행의 기록이다. 하지만 김순용의 길은 머나먼 피안의 세계를 향해 ‘떠나는 길’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들이 살고 있는 삶의 현장으로 ‘돌아오기 위한 길’이다. 땀내 물씬 풍기며 걷는 길 위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고, 그 힘으로 다시 세상을 살아내는 것이다.
사람을 위한 길 은 한 편의 잘 짜여진 여행기이다. 155마일에 걸친 민족의 아픔 비무장지대부터 폭풍우 몰아치는 땅끝마을과 남도의 길, 밤마다 쏟아져 내리는 별빛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몽골의 초원, 참으로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눈 덮인 설산 히말라야에 이르기까지 김순용이 거쳐간 국내외의 수많은 풍경들이 손에 잡힐 듯 그려져 있다.
또한 사람을 위한 길 은 우리가 진정 소중하게 다뤄야 할 내 가족과 이웃, 농촌의 삶을 사랑의 눈으로 그려낸 한 편의 에세이이기도 하다. 농촌 지역의 간사로 일하면서 겪은 농촌 어르신들의 소소한 일상과 삶의 현장, 성당 사무장으로 일하는 남편을 통해 바라보는 이웃들의 모습, 사교육 한 번 받지 않고도 쑥쑥 잘만 자라주는 아들과 딸의 이야기는, 나날이 팍팍해져 가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복원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되어줄 것이다.
잔재주 부리지 않고 꾸밈없이 써내려간 김순용의 글은, 그래서 오히려 더 감동적이고 사실적이다. 한편으로는 피식 웃음이 나다가, 나도 몰래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이 바로 진실의 힘이다. 왠지 삶이 버겁게 느껴지는 때, 고향의 향기가 그리워지는 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그런 순간에 한 번씩 읽어보기를 권한다.
머리말
참 고마운 일 004
추천의 말
아름답게 산다는 것은 008
검소한 삶에서 우러나온 말 012
‘이름 없이, 정직하게, 가난하게’ 015
1부
어른이 자라야 아이도 함께 자란다
글을 읽고 쓸 줄 안 다는 것 020
어른이 자라야 아이도 함께 자란다 024
‘가장 실업자’ 100만 명 시대 028
백성들은 착하다 033
느닷없이 집수리 040
30년 046
2부
사람의 마음으로 살기
마당을 쓸고 싶다 056
먹고 사는 일-밥알 하나 058
무너진 구두 굽 061
별 이야기 063
사람의 마음으로 살기 066
소유보다 자유 069
쌀벌레 072
아주 작은 행복 074
나는 걷는다 077
햇살 가득 주름살 079
음식은 흙에서 온다 081
3부
손발이 다 닳도록
어머니들의 가을 086
손발이 다 닳도록 089
연장리 할머니 093
아픈 남편을 두고 098
그토록 그리던 곳에 돌아와서 104
생선세일 110
만장 115
4부
사람을 위한 길
달리면서 122
절망과 희망을 함께 느낀 통일 대행진 126
사람을 위한 길 142
태풍 볼라벤 146
태풍 덴빈 160
운동화 한 켤레 164
5부
히말라야 이야기
히말라야에 간다 182
카트만두에서 올레리까지 188
푼힐 전망대 195
위험한 히말라야 201
짜장면 집과 김밥 집 209
돌계단 1,800개 217
두렵고 두려운 히말라야 225
안나푸르나 233
내려가는 길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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