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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책을 본 이후로 이런 스타일의 에세이가 무척이나 좋다. 나로서는 읽을 책을 고를 때 드는 고민과 시간,수고로움을 덜고,작가가 읽은 그 수많은 책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서 좋은 책과 그 속에서 뽑아낸 좋은 글귀, 문장들을 쉽게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작가들에 관한 이야기도 알 수 있으니 내게는 보물 같은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장석주 시인을 잘 알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니체 전집을 내고자 한때는 출판사를 직접 운영할 정도로 우리 나라에서 책을 많이 읽은 다독가임이 틀림 없는 것 같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책들이 있다. 내가 읽은 책들과 내가 읽지 않은 책들. 내가 읽은 책들은 다시 세가지로 나늰다. 산 책, 빌린 책, 훔친 책. 그 세 가지의 책들을 핥고, 물어뜯고, 씹고, 갈아 마셨다. 그것들은 내가 먹은 밥, 내가 마신 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느덧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엄정하게 말하자면 책읽기에의 힘씀은 도피에 지나지 않는다. 생존력은 퇴화하고 피안은 점점 멀어진다. 그래도 숨결 이어지는 동안에는 이 근면과 열등함을 유지하려 한다." - 저자의 말 이 책은 크게 4가지 주제로 나뉘어진다. 1. 문장 이 책의 제목인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는 첫 장인 장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엄숙한 시간>에 나오는 시의 한 문장이다.첫번째 주제인 문장은글쓰기와문체에 관한 책들과 작가들에 관한 것이다. 모리스 블랑쇼, 롤랑바르트, 미셸 투르니에, 프란츠 카프카, 이덕무 등 내가 잘 모르던 작가들의 책과삶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문학이 주는 묘하고 불가사의 한 위안, 어쩌면 해로울 수도, 해방을 안겨 줄 수도 있는 위안, 그것은 살인자의 대열에서 뛰쳐나가는 일이며 행위를 관찰하는 일이다." - 프란츠 카프카, <일기, 1922년 1월 27일> 2. 인생 2장에서는 인생의 여러 모습에 관한 유명한 작가들의 책과 책 속의 보물같은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청춘에 관해서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통해서,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를 통해서 인간 본연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통해 세계의 다정한 무관심에 대해 알 수 있었고(여전히 나에게는 어렵지만), 눈물은 왜 짠지, 가난과 인생의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p. 112 스물은 빨리 지나고 서른은 갑자기 들이닥친다. 몇 번의 풋사랑과 이별, 그리고 어물어물 하다 보면 부러진 뼈가 살을 뚫고 튀어나오듯 서른은 온다. 아무것도 준비 없이 맞은 서른은 힘들다. 절망하기에는 이르고 또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게엔 늦어 버린 나이가 서른이니까.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것도 이미 알고, 세상이 내 인생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도 알아버렸다. 그런 서른 살에 치욕과 사랑은 함께 온다. 이제 겨우 서른일 뿐인데, 인생을 다 살아 버린 듯 어느 날 갑자기 삶이 헐겁게 느껴진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 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 사무엘 울만, <청춘> 3. 관조 3장에서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과 욕심 없는 삶, 무위, 침묵, 죽음 등에 대한 주제와 관련된 책들이 나온다. 특히 노자의 <도덕경>을 통해서 자연과 어우러져 더도 덜도 없는 그러한 삶을 꿈꾸던 장석주 시인을 엿볼 수 있다. "크게 이룬 것은 모자란 듯 하지만 그 쓰임이 끝이 없다. 크게 찬 것은 비어 있는 듯하나 그 쓰임이 다함이 없다. 크게 곧은 것은 굽은 듯하고, 크게 교묘한 것은 서툰 듯하고, 크게 말 잘하는 것은 어눌한 것 같다. 분주한 움직임은 추위를 이루기, 고요함은 더위를 이기니 맑고 고요한 것이 천하를 바르게 한다." 4. 사랑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사랑과 이별, 그 속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감정들과 그로 인한 인생의 단면들을 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정호승 시인을 더 잘 알게 되었고, 기형도 시인도 알게 되었다. 원소로 환원하지 않도록 도와줘 라고 외치는 전혜린도 알게 되었고. 많은 작가들과 그들의 보물같은 문장들, 그리고 그들의 인생들도 알 수 있어서, 이 책도 내 머리맡에 두고 언제든지 생각나면 보고 싶은 책이다. 이 한권의 책으로 그 수많은 대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니, 나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다독가이자 문장가인 장석주 시인이
세계 문학 속에서 뽑아낸 보석 같은 명문장들

평생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살아온 장석주 시인. 그가 주옥과 같은 작품들, 그의 삶과 가치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던 작품들을 뽑아내어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학을 짝사랑하며 문학에 운명을 걸기로 결심했던 청년기부터의 독서 이력을 담은 것으로 근 40년 가깝게 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며, 오늘날 도 닦는 명필가를 형성하게 한 피의 유전자와도 같은 주옥같은 명문장 해석 모음집인 것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을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 남기는 것 중 가장 그 사람을 잘 보여주는 것은 그 사람이 쓴 글이다. 우리가 오늘날에도 수많은 명문장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감탄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작품이 오늘까지 남아 그 작품 속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장석주 시인의 소개로 역사상 위대한 명문장가들을 만나는 만남의 장이 될 것이다. 그가 만난 소중한 작가들과 작품들, 주옥과 같은 문장을 소개해주고 있기에, 이 책을 통해 우리도 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문장, 인생, 관조, 사랑이라는 주제별 분류에 따라 총 4장 49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릴케, 카프카, 고은, 헤르만 헤세, 정약용, 함민복 등 동서양, 근현대를 넘나들며 수많은 명문장가들을 만날 수 있게 하였다. 특히 위대한 작가들이 쓴 많은 작품 중에도 저자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품과 문장을 발췌하고, 그와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여 또다른 명문장을 만들어 간다.

사람은 글을 남긴다. 우리는 남겨진 글을 통해 그 사람들을 만난다. 만남의 장인 이 책을 통해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한 글과 문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 _ 일자무식 혜능만이 내 스승이다

1장 _ 문장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_ 릴케 말테의 수기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_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문체 _ 모리스 블랑쇼 미래의 책
자화상 _ 최승자 〈자화상〉
기호의 제국 _ 롤랑 바르트 기호의 제국
유용한 것 _ 김현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흡혈귀의 비상 _ 미셸 투르니에 흡혈귀의 비상
나의 감방 나의 요새 _ 프란츠 카프카 〈일기, 1922년 1월 27일〉
나는 창조보다도 소멸에 기여한다 _ 고은 해변의 운문집
책벌레 _ 이덕무 〈간서치전〉

2장 _ 인생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_ 헤르만 헤세 데미안
풋풋하나 비릿한 스물 _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살아남음 _ 엘리아스 카네티 〈살아남은 자〉
인간 _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삼십 세 _ 잉게보르크 바하만 삼십세
사월 _ 빈센트 밀레이 〈봄〉
세계의 다정한 무관심 _ 알베르 카뮈 이방인
한심한 청춘아 _ 그레이스 헤밍웨이
팔여 _ 김정국 〈사재〉
여인은 완성되었다 _ 실비아 플라스 〈거상〉
꿈속 미녀 _ 정약용 다산문학선집
눈물은 왜 짠가 _ 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
건축은 수정이다 _ 지오 폰티 건축예찬
오류선생전 _ 도연명 〈오류선생전〉
십 전짜리 두 개 _ 김종삼 〈장편 2〉


3장 _ 관조

나무를 심은 사람 _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꿈꿀 권리 _ 가스통 바슐라르 꿈꿀 권리
무위의 아름다움 _ 노자 도덕경
고요함 _ 에크하르트 톨레 고요함의 지혜
걷기 _ 다비드 르 브르통 걷기 예찬
침묵 _ 막스 피카르트 침묵의 세계
어두운 심연에서 _ 니코스 카잔차키스 어두운 심연에서
인생을 탐내지 마라 _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_ 〈죽음〉 탈무드
뱀 _ 다자이 오사무 사양
구두 _ 마르틴 하이데거 예술 작품의 근원
거기 누가 살든가 _ 박용래 〈누가〉

4장 _ 사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_ 정호승 〈수선화에게>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_ 기형도 〈빈집〉
아홉 개의 구멍을 가진 상처 _ 에밀 시오랑 동구로 띄우는 편지
저무는 가을 _ 마쓰오 바쇼 〈저무는 가을〉
원소로 환원하지 않도록 도와줘 _ 전혜린 〈마지막 편지〉
슬픈 일만 내게 있어다오 _ 박정만 〈종시〉
상한 영혼을 위하여 _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 _ 이상 〈날개〉
새장에 갇힌 봉황 _ 굴원 〈회사〉
사부곡 _ 고성 이씨 〈편지〉
우정 _ 연암 박지원 〈경보에게〉
사랑 _ 미시마 유키오 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