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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태산과도 같아 보인다. 한숨을 쉬다가 문득 세상이 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어 이내 거둔다. 얼마 전 신문에서 걷기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한 것은 선진국적인 흐름이라는 식의 기사를 보았다. 특별히 돈을 들여가며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생활 속 실천이 가능한 걷기를 하는 게 어이 선진국적이냐고 하겠지만, 걷기에는 일종의 ‘과시’ 적 측면이 없다. 산에 오르는 많은 이들이 고가의 등산복과 장비를 구입하는 데에 열을 올리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이리 대답하련다. 걷기는 등산과는 또 다르다고. 가난하고 못 산다 여겨지는 국가에서 마라톤 우승자들이 많이 나오는 걸 생각해 보라고. 맨발로 다닐 정도의 가난으로부터야 벗어난 지 꽤 되었지만, 다리만 온전하면 가능한 게 바로 걷기다. 그리고 필요치도 않은 장비로 멋을 낼 필요가 없고, 거액의 입장료를 지불해야만 하는 장소에서부터 출발할 필요도 없는 게 바로 걷기다. 서울에 사는 나는 북한산 둘레길 걷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날씨가 많이 추워진 관계로 휴식을 취하고 있으나, 계절이 바뀌면 아마 다시 걷기를 시작할 것 같다. 높은 산 오르길 힘겨워하는 누님들이 죄다 둘레길로 몰리고 있다며, 둘레길의 매력을 ‘쉬움’으로부터 찾는 평을 읽기도 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구간이 바로 둘레길이므로 그와 같은 평은 정확했다고 생각한다. 걷기 열풍은 인프라의 확충으로 이어졌다. 이번에 살펴보게 된 지리산에도 둘레길이 있는데, 그 길이가 제법 길어 보인다. 한 번 걷기 시작하면 2~3 구간을 연달아 걸었고, 많이 걸어도 15km를 넘긴 적은 드물었는데, 지리산 둘레길은 많은 구간이 10km는 가뿐히 넘고 있었다. 하지만 길이에 압도당할 필요는 없다. 마음을 가다듬고 책에 열중하니 알록달록 페이지를 수놓은 사진들이 이번엔 눈에 들어온다. 도심으로부터 벗어난 코스는 완연한 시골의 풍경을 보여주었다. 엄연한 둘레길이므로 둘레꾼들의 그림자가 보일 법도 한데, 서울의 북한산둘레길과는 또 다른 매력을 엿볼 수가 있었다. 너무 사람이 많아도 둘레길에 어울리지 않는 법이다. 여럿이 함께 걷을 수도야 있긴 하지만, 제대로 둘레길을 즐기는 방법은 단연 혼자 걷는 것이라고 말해보고 싶다. 풍경에만 열중한다면 놓치는 게 꽤 많다. 걸음걸음 닿는 곳마다 살아 숨쉬는 것은 다름 아닌 그 고장의 이야기. 잠시 걷고 돌아가는 이들에게는 방대한 이야기를 오롯이 가슴에 담는 게 버거울 수도 있겠지만, 나를 비우고 내려놓은 채 걷는다면 아주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지리산 지역은 역사가 깊다. 인물을 살펴보자면 남명 조식을 떠올릴 수 있다. 학문의 수준을 놓고 보았을 때 퇴계 이황과 겨루어도 부족함이 없다는 평을 들었던 그는 과거시험에 응하지 않고 평생 학문에만 점진한 학자였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한 것만은 아니었으니, 그의 학풍을 계승한 북인은 임진왜란으로 어지러웠던 정세 속에서 의병활동에 매진하는 등 현실에도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도시에서의 삶에 염증을 품고 낙향한 사람들이 드문드문 마을을 이루어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현실 정치에서 그리 오래 패권을 장악치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만 했던 북인의 운명과 묘하게 오버랩이 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모두가 우러러보는 삶만이 성공은 아니라는 생각을 마음에 새겨보게도 된다. 이 외에도 문익점이 처음 목화를 도입했다는 목화시배지, 들끓던 왜구를 섬멸하고는 세웠을 황산대첩비가 있어 역사와 현실간의 묘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에 등장하는 배경인 평사리 인근까지도 길은 이어져 마음만 먹는다면 현실을 떨치고 동학기운이 한창이던 시절로의 여행도 가능하다. 오락 프로그램의 여파로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관심이 한때 지리산 둘레길에 쏠렸었다. 연예인의 이름을 딴 구간들이 생겨났을 정도로 대중화된 구간들도 몇 있는 것으로 안다. 타지에서 찾아와 걷는 이들에게 둘레길은 잠시 머무는 공간이겠지만, 누군가에겐 엄연한 생활공간이다.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으로 영원히 존재할 수 있도록 보듬는 미덕을 모두가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구간의 길이를 보니 짧은 시간에 걷기엔 무리가 있겠거니 싶어 보인다. 그래도 당일치기 여행상품 등을 이용해서라도 그 길 위에 서고픈 건 지금의 내가 심신이 지친 탓이려나? 길의 일부가 되고 싶고, 그 세상에 속해보고 싶다.
2008년 봄, 시범 구간 개통을 시작으로 지리산 자락의 숲길, 강변길, 마을길 등을 환형으로 연결한 도보 트레일 ‘지리산둘레길’ 이 2012년에 드디어 최종 완공됐다. 전 구간 개통 시기에 맞춰 발간된 행복한 걷기여행 지리산둘레길 은 미개통 구간은 소개하지 못했던 지금까지의 둘레길 걷기여행책과는 다르게 지리산둘레길 22개 전 구간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소개한다. 책장을 여는 순간 지리산 자락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이 작가의 맛깔스런 표현과 함께 손에 잡힐 듯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마주치는 낯설지만 정겨운 마을 풍경들, 그리고 그 속에 깃든 작가가 들려주는 역사와 문화, 사람 이야기는 단순한 ‘풍경 감상형 걷기여행’이 아닌 ‘이야기가 있는 걷기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이 책은 여행에 꼭 필요한 필수 정보도 놓치지 않았다. 각 구간별 특징과 소요시간, 한눈에 들어오는 코스 지도와 함께 편의시설, 안내센터의 위치, 숙식 정보까지 꼼꼼히 실어 초행길도 걱정 없이 떠날 수 있다. 또한 대중교통, 자가용 등 이용하는 교통수단별로 각 구간 출발 지점으로 이동하는 방법, 특히 자가용을 가지고 갈 경우 주차가 가능한 지점까지 친절하게 안내했다. 행복한 걷기여행 지리산둘레길 은 설레지만 낯선 길을 향해 모험을 떠날 둘레꾼들에게 훌륭한 길잡이이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책머리에 | 지리산둘레길, 산과 강과 사람을 잇다
떠나기 전에 알아 두세요
지리산에 대하여 | 민족의 영산, 지리산
제1구간 | 주천~운봉
구룡치 솔숲 향기 배낭 가득 넣어 가세요
제2구간 | 운봉~인월
짧지만 강한 인상, 역사와 문화의 길
제3구간 | 인월~금계
딱 하루만 걸을 수 있다면 이 길을 걷겠네
제4구간 | 금계~동강
김종직의 유두류록 을 되짚어 걷다
제5구간 | 동강~수철
오세요, 저희 살아남은 자들 곁으로
제6구간 | 수철~어천
경호강 푸른 물결 따라 성큼성큼 걷는 길
제7구간 | 어천~운리
굽이굽이 산길 너머엔 산줄기만 푸르러
제8구간 | 운리~덕산(사리마을)
참나무 숲 속에 가만가만 파도 소리 들려옵니다
제9구간 | 덕산~위태
하늘 가까운 천왕봉, 그 봉우리 품은 땅
제10구간 | 위태~하동호
지리산과 낙남정맥의 힘찬 기운을 느끼다
제11구간 | 하동호~삼화실
아주 오래된 마을에 새로 연 둘레길
제12구간 | 삼화실~대축
발아래 펼쳐지는 저 산, 강, 들, 마을
제12-1구간 | 하동읍~서당
인적 드문 숲 속 오솔길이 좋아라
제13구간 | 대축~원부춘
섬진강과 평사리 들판의 솔바람이 솔솔
제14구간 | 원부춘~가탄
산길 돌아 차밭 사잇길로 저벅저벅_
제15구간 | 가탄~송정
섬진강과 지리산, 그림처럼 펼쳐지다 _
제15-1구간 | 목아재~농평
가면 어떻게 돌아올 수 있을까
제16구간 | 송정~오미
상처 아문 자리, 초록빛 생명으로 깨어나다
제17구간 | 오미~난동
섬진강과 서시천이 길 따라 흐릅니다
제18구간 | 오미~방광
당신에게서 꽃향기가 나네요
제19구간 | 방광~산동
구불구불, 꼬부랑 고갯길을 넘나들다
제20구간 | 산동~주천
지리산둘레길, 19번 국도와 평행선을 긋다
지역별 대중교통 연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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