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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데르트바서에게, 인간이란 세 개의 피부 - 생물학적인 피부, 의복, 그리고 주거공간 -를 가지고 있었다. 1967년과 1968년 훈데르트바서는 제3의 피부에 대한 권리(자신의 집을 자유롭게 고칠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나체 연설”을 감행하면서, 자신의 나선형의 완전한 의식적 순환을 성취할 수 있었다. 그는 제2의 피부(의복)를 벗어던지고 제3의 피부(주거공간)에 대한 권리를 천명함으로써 자신의 제1의 피부, 즉 자신의 근원적인 진실-인간이자 화가로서의 나체성-의 피부를 재정립한 것이다. 훗날 1972년 이데올로기의 전환점이 지나간 뒤, 훈데르트바서가 주요하게 고민한 나선형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존재에 대한 그의 지각은 신선한 반응과 새로운 헌신을 요구하는 새로운 문제들로 풍부해졌다. 그리하여 첫 번째 3개의 피부의 동심원에 새로운 피부들이 더해지게 된다. 인간의 제4의 피부는 사회적 환경(선별적 우정을 통한 가족과 국가)이다. 제5의 피부는 생물권, 즉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우리에게 먹을 것과 안식처를 주는 대지의 운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지구 생태계이다.』 (pp.10~11) 훈데르트바서는 화가이다. 스스로 붙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그렇게 부른 것인지 명확치는 않지만 그는 ‘화가왕’이라고 불리운다. 이 책의 부제는 ‘다섯 개의 피부를 지닌 화가왕’이다. 그 다섯 개의 피부는 제1의 피부인 우리의 표피, 제2의 피부인 우리의 의복, 제3의 피부인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고, 제4의 피부는 우리가 속한 인간 관계를 비롯한 사회이고 제5의 피부는 바로 지구 보다 정확하게는 지구의 오래된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의 자연계를 의미한다. 『1082-83년에 쓴 텍스트에서 그는 자기 자신을 명확하게 설명하였다. 누구나 왕관을 쓰고 자기 자신을 왕처럼 존경받게끔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꼭 하룻밤만 유효하며, 후에 마치 왕위 찬탈자의 기분이 들면 도망쳐버릴 것이다. 왕의 피부를 입고 편안함을 느끼는 자는 왕족임을 상징하는 다른 것들도 입으려 할 것이다. 사람들은 그를 광대라 여기고 비웃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때, “그가 강하다면, 자신을 조롱하는 군중만큼 강한 무언가로 상황과 맞설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왕에 버금가는 자리를 얻게 될 것이다. 그는 왕이 될 것이다. 사실 훈데르트바서의 군주적 전망은 무엇보다 미적인 사실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예술 속에서, 자신의 예술에 의해 왕이 된 것처럼 느꼈다. 그의 회화의 성공은 그에게 왕족의 속성을 부여했다. 그의 엄청난 재능의 위엄, 지구에 대한 그의 비전의 인간성 말이다. 이러한 탁월한 지위는 그에게 그가 잘 알고 있는 권리와 의무를 주었다.』 (p.57) 그는 화가이자 건축가이기도 한데, 책에서는 건축가인 훈데르트바서를 가리켜 ‘건축의 의사’라고 부른다. 그는 건축이 익히 가져야 하는 직선을 고쳐 곡선으로 치유를 했다. 건축과 분리되어 있는 나무를 건축의 세입자로 들이기를 주저하지 않음으로써 건축물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려 애썼다.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쿤스트 하우스 빈, 블루마우 온천마을 등의 건축물에서 그를 확인할 수 있다. 여러모로 바르셀로나의 가우디를 떠올리게 될 수도 있다. 『... 그는 개인적인 선언이라는 전략에 대한 자신의 집착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난 참을성이 많다. 그러나 난 반역하는 자이다. 난 고발한다. 그것이 내 의무이다. 난 홀로이다. 내 뒤에는 어떠한 독재도, 정당도, 집단도, 마피아도 존재하지 않는다. 집단적인 지적 체계도 이념도 없다.” 그의 사회 프로젝트는 전적으로 그 개인의 창조물이며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의 글로벌 비전의 결합물이자 훌륭한 예술 작품이다. 그의 눈부신 힘은 미학적이다.』 (p.84) 훈데르트바서는 환경 운동가이기도 했다. 제1의 피부인 표피로부터 시작된 그의 여정은 어느 시점에 이르러 결국 제5의 피부인 지구에 다다른다. 그는 1972년에서 1979년에 이르는 시기에 <창문에 대한 권리-나무에대한 의무>, <거름 변기>, <신성한 똥> 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뉴질랜드를 비롯한 각지에서 실행되는 환경보호 프로그램들의 포스터를 그리기도 하였다. 『1990년 2월 14일자 텍스트에서, 훈데르트바서는 우표에 대한 매우 아름다운 것들을 언급하였다. 나는 그 중 일부를 여기에 소개한다. 그 어떤 결정적인 분석보다 훨씬 더 그의 인본주의 비전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표는 그 운명을 경험해야 한다··· 진정한 우표는 보내는 사람이 뒷면의 풀을 핥을 때 그 혀를 느껴야만 한다··· 우표는 우체통 안의 어둠을 경험해야만 한다. 우표는 그 위에 찍히는 소인을 견뎌야만 한다. 우표는 편지를 받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우체부의 손길을 느껴야만 한다. 아직 보내지 않은 편지에 붙어 있는 우표는 진정한 우표가 아니다. 정말로 삶을 산 우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소중한 예술 작품이 멀리서 온 선물처럼 모든 이에게 다가간다. 우표는 문화, 아름다움, 인간의 창조성을 증언해야만 한다.”』 (p.70) 책에는 그의 그림과 포스터와 그의 건축물 그리고 그가 디자인한 우표가 실려 있다. 그는 쿠바, 오스트리아, 세네갈 등의 국가나 국제 기구의 의뢰를 받아 우표를 디자인 하였는데 유니크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수준의 우표가 아니어서, 오래전 우표를 모아본 바 있는, 것과는 상관없이 이제라도 손에 넣고 싶다. 그가 국기 등을 이용하여, 그러니까 적대 관계에 있는 두 집단의 상징물을 이용하여 만든 새로운 형태의 깃발도 흥미롭다. “화가왕은 원자력부터 주거환경의 조직에 이르기까지 전체주의 사고의 우리 시대 가장 위력적인 비판가이다. 그는 완전하게 자신이 사물을 보는 방식대로, 우리의 포스트 산업사회의 모순에 저항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의 트럼프카드는 그의 예술이며, 아름다움과 자연 조화, 평화와 환희의 창조자이다. 그의 분석적인 감수성의 한없이 명료한 힘은 그를 글로벌 문화와 그 유도되는 정보의 완벽한 해서가로 만든다. 그는 합리적 전체주의의 폭력적인 통일성, 추함의 폭정, 그리고 직선의 철권통치에 대항하여 자연적 실증주의의 굉장한 수준의 자신을 드러낸다. 그는 모든 인간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잠재적인 창조 충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글로벌 시스템에 있을지도 모를 가장 작은 흠까지 조심스레 찾아보고 있다.” (p.94) 책의 저자인 피에르 레스타니는 훈데르트바서의 제4의 피부에 해당하는, 훈데르트바서와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이들에 속해 있다, 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훈데르트바서를 그의 피부론에 입각하여 다섯 개의 챕터로 나눠 설명하고 있으며, 챕터를 시작하기에 앞서 ‘예술의 힘 Ⅰ’, 챕터를 마무리한 다음 ‘예술의 힘 Ⅱ’라는 글을 싣고 있다. 예술의 힘 Ⅰ이 일종의 들어가는 말, 같은 것이라면 ‘예술의 힘 Ⅱ’는 훈데르트바서와 그의 예술적 활동을 기리는 일종의 훈데르트바서 성명서라고 할 수 있다. 피에르 레스타니 Pierre Restany / 박누리 역 / 훈데르트바서 (Hundertasser) : 다섯 개의 피부를 지닌 화가왕 / 마로니에북스 / 95쪽 / 2010 (2001)
다섯 개의 피부를 지닌 화가왕, 훈데르트바서훈데르트바서는 오스트리아 출신 예술가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으며 가장 악명 높은 예술가이기도 하다. 파리에서의 길지만 결정적인 시간들, 그 이후에 꾸준히 이어진 전시회와 강연-성명, 그리고 퍼포먼스-해프닝의 정신없는 경력 덕분에 훈데르트바서는 국제적인 명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는 완전하게 자신이 사물을 보는 방식대로, 포스트 산업사회의 모순에 저항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훈데르트바서가 다섯 개의 피부라고 부르는 ‘표피’, ‘의복’, ‘인간의 집’, ‘사회적 환경과 정체성’, ‘글로벌 환경과 생태주의’로 나누어 그의 생애와 작품들을 살펴본다.
예술의 힘 Ⅰ
제1의 피부: 표피
제2의 피부: 의복
제3의 피부 : 인간의 집
제4의 피부 : 사회적 환경과 정체성
제5의 피부 : 글로벌 환경과 생태주의
예술의 힘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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